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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야기/잉태한 봄 - 280일간의 기록

d+79, 침받이 시작 d+80, 경★축 정봄 드디어 <통잠>자다, 12시간 내리 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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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많은 포스팅 되겠다.

2019년 5월 18일 토요일, 이 날은 봄이 79일이 되던 날

봄이 손을 본격적으로 빨기 시작하고, 쪽쪽이까지 물기 시작하면서 침도 미친듯이 흘리기 시작했다.
보통 3~4개월부터 침흘리기 절정을 보이는 것 같은데, 봄은 줄줄 흘리는 것이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아 침받이를 착용하기 시작.
아무래도 금방 축축해지고 또 면이라 밑에있는 옷까지 적셔서 수시로 갈아줘야 할 것 같다. 


주말이기에 솬은 집에서 머리를 자르고 입을 옷과 면도기 등을 챙겨서 수원으로 넘어왔다.

아빠가 오시는 날이니 엄마도 씐나고 봄이도 씐나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씐나서 덩실덩실 아빠 오기를 기다렸다. 

(엄마의) 계획은 아빠와 함께 유모차 타고 밖으로 슝슝 나가는 거였는데, 웬걸 정봄 또
나가기 전 응아 시전해주셨따.

나 오랜만엔 예쁘게 입었었는데..(다행스럽게도 왠지 모를 두려움에 화장은 안했었다)
이런 두려움은 정봄의 똥으롤 끝을 맺었다. 결국 안 나갔다. 어쩐지 정솬이 오자마자 훌러덩 츄리닝 입는다 했더니 흑흑

아무튼간 외할머니의 "애기 똥이나 닦고 목욕이나 시켜"라는 직언에 바로 옷을 갈아입고 애기 목욕물을 받았다.

아빠가 오셨으니, 목튜브 끼고 수영도 함께 하기로 하고 목욕을 시작했다!
아빠랑 하는 목욕은 너무 신나여 아빠가 봄이를 잘 닦아주기 때무니죠
목튜브에 팔 다리를 팔랑거리며 10여분간 수영을 하는 봄을 보고는 아빠는 까무러치셨고, 봄은 기진맥진하여 울기 시작했다.

마침 밥시간이 되어 앙앙 울고, 급하게 타온 밥을 꿀떡꿀떡 마시고 잠에 빠졌다.

전 날 프듀때문에 잠을 못자 헤롱거리고 있는데, 솬이 봄이 자기가 볼테니 편하게 자라고ㅠ_ㅠ
해서, 나도 편하게 잠들었다.
솬은 봄을 옆에두고 평일의 피곤함에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 때가 야구를 하고 있을 때였으니 아마 오후 5~6시 사이

그렇게 잠자기를 몇 시간, 5~6시간을 잔 나와 솬은 11시경 기상했고 봄도 그때까지 중간중간 낑낑대긴 했어도 깨진 않았다.
오.... 이런 놀라운 일이
수영을 시키면 안하던 육체 활동을 하게 되어 잠을 엄청 잘 잔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잘줄은 몰랐다.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난 12시, 봄이 7시간가량 잠을 잔 때였다. 

그 때 까지도 한 번도 깨지 않았다.
와................. 말도 안돼.

고민에 빠졌다. 
계속 재울 것이냐, 아니면 깨워서 밥을 먹일 것이냐ㅠ_ㅠ

지금 안 먹이면 분명 한 새벽에 깨어나  밥 달라고 엥엥 울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 하에
잠에 취한 봄에게 밥을 멕이고 기저귀를 갈아 다시 눕혔다.

정말 잠에 깊이 빠졌는지 그렇게 먹이고 기저귀를 가는데도 한 번을 깨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밥도 110ml나 먹어서ㅠ_ㅠ 보통 잠결에 먹으면 50~70먹고 금방 깨곤 하는데.. 기특한 것

그렇게...

봄은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잤다. 
와!!!!!!!!!!!!!!!!!!!!!!!!!!!!!!!!!!!!!!!!!!!!!!!!!!!!!!!!!!!!!!!!!!!!!!!!!!!!!!!!!!!!!!!
말로만 듣던 그 통잠을!!!!!!!!!!!!!!!!!!!!!!!!!!!!!!!!!!!!!!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그렇게 사라져가던 통잠이 이렇게 다가오는 것인가

나와 솬에게도 백일의 기적이 찾아오는 것인가ㅠ_ㅠ 정봄 요 기특한 것

역시 수영은 기가막힌 효과를 보였고, 봄도 이제 정말 크고 있는지 잠의 양과 질이 늘고 있다.

고맙다 봄.. .사랑한다 봄...


주일이 됐고, 광교 호수공원으로 놀러가기로 한 오늘
빗소리가 우릴 맞이했다. 

ㅠㅠ 어제 나갔어야했어...

모든 외출일정은 모조리 취소되었고
어제 입은 후줄근 추리닝바람으로 거실에서 셋이 뒹굴었다.


엄마는 처참하게 나왔지만 너는 넘나 귀엽게 나왔으니까...

쪽쪽이 빨다가 툭 내뱉고 잠든 봄 ㅋㅋㅋㅋㅋ눈뜨고 잔다



아빠는 봄이 자리에 봄이는 아빠자리에 뻗어서 어제 못잔 잠 쿨쿨 자는 중

아빠 품에서 한화 발리는 거 구경 중, 하지만 전 한화의 정봄이라구요 저는 칰린이 입니다.


안겨있을 때 진정한 귀여움을 폭발시키는 봄
하앜하앜하앜

오늘도 그렇게 평온하고 나른하게 하루를 보내고 솬을 구리로 보내고ㅠㅠ
슬프당 아빵 우린 언제 함께?..(헤헤)

ps.


봄이 밥 멕이다 보니 팔쪽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지 뭐가 붙은거지 하고 들춰보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디서나 아빠 존재감 폭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빠 코파고 봄이 팔뚝에 묻히지 말라꼬요

ps2. 

언젠가 솬이 <여보는 언제 내가 제일 멋있어?>라고 질문을 하길래
<봄은 내가 볼게 썽은 들어가 쉬어>라고 말해줄 때가 가장 멋있다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나는 사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제 토요일부터 오자마자 봄인 내가 볼게, 봄이 무거우니까 내가 안을게, 봄이 안고있으려면 손목 아프잖아, 몸도 안좋은데 나한테 줘, 봄이 내가 트림시킬게 등, 봄을 모조리 솬이 보기 시작했다. 원래도 솬은 봄을 자주 돌봐주고 안아주고 힘쓰는 건 솬이 대부분 해주긴 했지만 어제처럼 봄을 전담마크 하는 건 처음이라 너모너모 감동이었다. 

안 그래도 일 하느라 일주일 내내 지친 상태로 수원 오는 거 다 알고 있는데..

어쩄든 나는 내심... (너무조타...)라고 생각했는데,
봄이 수영하고 기절하고 잘 때도 솬이 데리고 자겠다고 나가서 좀 자라고 했을 때,
둘이 새벽에 전참시 보다가 졸려서 잠드니 솬이 <썽은 여기서 자, 내가 봄이 데리고 잘게>라며 방에 들어가 봄과 잘 때..

사실 아기를 옆에 두고 자는건 자는 내내 선잠을 자는 거랑 마찬가지다.

자면서 낑낑대고 잠꼬대로 울고 혹시 숨막히는건 아닌지 확인해야 하고 불편해서 엥 하고 소리지르면 또 달래야 하고
같이자는 거 자체가 굉장히 고된 일인데, 이번 주말 내내 솬은 봄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해줬다.

정말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이었다. 밤잠을 이렇게 푹 잔게 조리원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낮에 낮잠은 엄마가 가끔 봐주기도 했지만, 밤은 무조건 내 담당이기 떄문에 자다가도 새벽 1시만 되면 칼같이 내 품으로 들어오곤 했다. 크흐흐

사실 낮에는 그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고 고마운 일인지, 정말로 헤아리지 못할 만큼 감사한 일이라서 몇번이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만큼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애기를 보고도 아침과 점심까지 차려서 입에 떠먹여 주고 그것도 모자라 설거지까지 모조리 해주는 솬에게 사실은 정말 너무 고마웠다. 

내 딸이고 내가 봄을 보는게 당연한데도, 솬에게 힘들다며 투정부린 게 너무 미안해서.. 바깥에서 일하고 쉬지도 못하는 남편에게 얼마나 내가 칭얼댔으면 솬이 이렇게까지 썽을 도와주려고 했을까 싶은 생각을 하니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솬이 <내내 어떻게 하면 썽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 많이 했는데 드디어 봄을 재우고 같이 자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을 때, 나는 과연 솬에게 평소에 얼마나 힘이 되고 있나, 나는 솬을 헤아리려고 노력은 했었나 한참을 생각했다.

주말에도 일에 시달려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남편이자 아빠는 본인의 역할을 다하려 그렇게 노력하는데.. 정말 고맙고 미안해.

나의 노고를 인정받을 때, 또 내가 힘든 것을 알아줄 떄, 또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려줄 떄, 네가 내 편임을 확인시켜줄 때

사람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정서적 지지와 이해가 삶의 원동력이 되고 살아갈 힘이 된다는 것을 요즘 정말 많이 느끼고 실감한다.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정서적 풍족함이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 솬 덕분에 행복이 어떤 건지 또 배우고 반성하고 그렇게 썽은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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