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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살아가기/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

나의아저씨, 정희와 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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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집돌이 집순이다.

쇼파에 누워 한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텔레비전을 보는게 최고의 낙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프로그램을 두번 이상 보고.. 골목식당의 경우 최소 4번 스카이캐슬은 최소 3번 이상 보고 있다. 
대사를 다 외울 지경... 으으 으으으 

너무 지겨워 넌덜머리가 날 때 즈음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하자는 의견이 오갔고,
정말 잘 만들었다는 소문만 들은 나의아저씨를 선택하게 되었다. 

재미있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로 와닿을 만큼 최고의 드라마였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와닿은 장면은
마지막회의 정희와 겸덕이다. 

이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어 정희를 만나러 온 겸덕,
그런 겸덕을 보며 세상 무너지는 정희

그래도 자신을 눈꼽만큼이라도 생각해줄 줄 알았는데,
마지막 확인 사살을 하러 온 것 같은 겸덕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절대 마음을 돌릴 수 없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일말의 희망도 주지 않은 겸덕을 보며 정희는 이제 무슨 낙으로 사냐고 물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을 만나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더 이상 자신에 대해 조금도 꺼리지 않는다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정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자신도 겸덕과 나란히 같은 길을 걷게 될 정희

정희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록 가슴이 아파서 더 슬펐던 마지막회였다. 

아이유와 이선균의 연기가 너무 좋았고
삼형제의 우애가 또 너무 좋았고
송새벽의 연애가 너무  귀여웠고
아이유를 좋아하면서도 애증의 관계에 있었던 그 사채업자도
'뭐 사가?'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행복한 줄 몰랐던 이지아의 뉘우침과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단 한사람 할머니를 위해 살고 있는 아이유를 비롯해

정희와 겸덕의 사랑은 몇 번 언급되지도 않았지만 그 쓸쓸함과 먹먹함이 특히 이 드라마를 더 빛나게 해준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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