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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야기/잉태한 봄 - 280일간의 기록

잊기 전에 올려보는 그 날의 출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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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게 있어서 <나에게 살면서 그런 날이 올까?>.. 싶은 생각이 드는 날 중 하나가 바로 아기를 낳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막연한 두려움이 드는 순간, 여자라면 아이를 낳는 고통에 대해 한 번쯤은 날 잡고 생각해 봤을 터, 어려서는 그야말로 막연하게,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는 주변의 생생한 경험담을 세세하고 긴밀하게 들으며 으으 으으으으으 신음소리를 내게 되는 순간

임신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도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만 9개월동안 아이를 품으면서 혹시 아이가 어떻게 되진 않을까 하는 겁만 났지 막상 아기를 낳는 순간에 대해서는 별 의식 없이 지냈다.

37주 이후부터는 정상출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만삭이자 막달이라고 부른다.

놀랍게도 37주가 되어서도 나는 별 의식이 없었다. 아이가 나올 생각도 하지 않았고, 가진통이라 불리는 그 흔한 진통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의식이 없어서인지 적어도 36주까지는 준비해야 하는 출산가방도 사실은 38주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언제 병원에 실려갈지도 모르는 주제에 늠나 용감한 것... ㅋㅋㅋㅋ 산전마사지 받으러 갔더니 마사지 해주시는 분이 제발 출산가방좀 챙겨놓으시라며 한소리 두소리 계속 하셨더랬다.

36주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들러 검진을 하는데, 그때 담당 의사선생님이 아기 머리가 34주정도 밖에 안 되고, 배둘레도 그만큼 작다고 하셨다. 2.2kg정도로 예상되니, 아기를 배에서 좀 더 키운 다음에 출산하는 것이 좋겠다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더욱 많이 먹게 됐고 더욱 조심하게 됐다. 혹시나 올 가진통이 두려워 거의 움직이지 않고 지냈다. 뱃속에서 나오면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싸는 것도 모두 힘들게 하면서 커야 하는데, 그러지 말자고 클 만큼 크고 나오자고 열심히 말했다.

그렇게 39주 검진 날, 아마 2월 28일 목요일이었던 것 같다. 그날 검진때도 역시 아기 머리가 37주정도밖에 안 된다고.. 근데.. 배둘레 보니까.. 조금 큰 것 같다고.

이거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며 ㅋㅋㅋㅋㅋ 머리만 작고 몸은 클 수도 있겠다며, 지금 무게는 3.초반대 무게로 나오는데 아닐 수 도 있다고, 예정일인 3월 1일에 반응이 없으면 다음주 월요일인 3월 4일 유도를 진행하자고 하셨다.

내진을 해보니 자궁문은 2cm정도 열렸고, 아이는 아직 한참 위에 있고, 나한테 진통 없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나는 아~~무 느낌도 없고.. 아니면 아픈건데 내가 아픈건줄 모르는 걸 수도 있고.. ㅋㅋㅋㅋㅋ 2cm가 열렸는데도 진통을 모르는 산모라니.. 물음표를 달고서 하시는 말씀이

골반도 좋고 애 잘 낳겠네요 보아하니 고통을 잘 모르는 타입 맞쬬?

예,, 칭찬 감사합니다

아무튼간, 그렇게 마지막 진료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솬이랑 뭐하고 놀까~ 룰루랄라 콧노래를 불렀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묻기에 초밥이 너무 먹고싶어! 해서

후다닥 초밥을 해치우고 이맘 때는 맨날 마지막 만찬 마지막 만찬 소리하면서 맛있는걸 엄청 먹었는데.. ㅋㅋㅋ 정말이지 너무 맛있어서 행복을 볶았다.
 

혹시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영화를 보러 가자며, 그당시 가장 흥행하고 있던 사바하를 보러 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영화를 영화관에서 잘 못 보는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 피곤했는지.. 사바하에서 쌍둥이 애기 낳는 장면에서 잠들고 마지막 교통사고 장면에서 눈 떠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영화관을 나왔는데,

정솬님께서 화난 얼굴로
코골면서 잘거면 영화를 왜 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는 내내 코를 드르렁 거려서 죽는 줄 알았다고 엄청 핀잔을 주셔서... 아 미안합니다... 나도 내가 그렇게까지 잘 줄은 몰랐읍니다....

암튼간 그렇게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그날 저녁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기억이 안나는 이유로 대판 싸운 뒤 머리에 뿔달고 밤 9시에 일찍이 혼자 잠자리에 들었다. 너 자든말든 내 알바 아냐 침대는 내가 차지할거야!!!!!!!!!! 라는 심정으로..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는데,
밑에서 그동안은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 났다.

<물이 주륵 흐르는 느낌>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미 오늘은 아이가 나오기로 약속한 예정일,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었기에 몸이 자동으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임신하고 나서는 나도 임신이 처음이라 임산부 카페를 자주 들락날락했는데, 글 속에서 본 양수가 흐르는 느낌이 이건가?싶었다.

정말 맑은 물이 흘러나왔다.
아무 색도 없이 맑은 물에 락스냄새가 나면 그건 양수라고 했는데, 나에게서 흘러나온 물은 무색무취의 그야말로 맑은 물이었다.

냄새가 없어서 이게 정말 양수인가..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이젠 정말 마지막인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샤워를 했다.

사실 양수가 나온 것 같으면 절대 샤워하면 안 되는데... ㅋㅋㅋㅋ 혹시 출산하면 언제 샤워를 할 수 있을지 몰라 우선 씻고 봤다.

그리고 이제 또 마지막일 수 있을 것 같은 커피를 한잔 내렸다. 엊그제 사다둔 미니 약과를 먹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게 그냥 분비물인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병원에 전화해 봤는데, 주수가 주수인 만큼 우선 병원에 와보라는 말에 어떤 것부터 해야할지 집안을 돌아봤다.

솬은 어제 나랑 싸우고 쇼파에 널부러져 자고 있었는데, 저기 누운 남편을 보며 커피를 음미하고 마셨다. 우선 이게 양수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병원에 가야한다. 24시간 안에 병원에 가야한다.

커피를 다 마시고 널어뒀던 빨래를 모두 걷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혹시 오랜기간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빨리 해치워야 할 일들부터 해치웠다.

아 얼마 전에 출산가방을 마무리 지어 놓기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짐들을 꾸리고, 마지막으로 남편의 이불까지 챙긴 다음에 솬을 깨웠다.

<솬 병원에 가봐야 할 거 같아>

눈이 번쩍 뜨인 솬은 씻지도 않고 부시시한 얼굴로 몹시 당황한 표정을 하고선 아무 옷이나 걸쳐입고 내가 챙겨둔 짐을 후딱 짊어지고서 급하게 내려갔다.

차를 타고 괜찮냐고 괜찮냐고 열심히 되묻던 솬에게 아픈게 아니라 요상한 물이 흘러서 그런거야 다시 돌아올 수도 있어 너무 걱정하지마ㅏㅏㅏㅏ 라며 어제 싸운건 기억도 안나게 둘 다 긴장해서는 병원으로 향했다.

정말 다행스럽고 놀랍고 신기하게도 3월 1일 삼일절엔 병원도 일찍 닫고, 의사선생님도 한 사람밖에 없는데 그 당직 선 선생님이 나으 담당 의사선생님이셨다. 다시 생각해도 넘나 신나는 것 ㅋㅋㅋㅋㅋ

병원은 진료가 끝나고 문을 닫고 있어, 분만실로 향했다. 아. 분만실이라니. 무서웡..ㅠㅠ

담당선생님은 무슨일로 왔냐고 물으셨고, 무색무취의 물이 조금 나왔는데 혹시나 해서 병원에 방문했다 말했다.

그러자 엄청 무서운 수술실로 들어갔고 다리를 벌리고 굴욕의자에 앉아 내진과 동시에 리트머스종이 같은걸로 이 물이 양수인지 아닌지 확인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태동검사를 하며 누워있었다. 두근두근. 양수여도 무섭고 양수가 아니어도 무섭고.. 와 진짜 이 날이 오긴 온건가 싶으면서 온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20여분 뒤, 의사선생님이 찾아와 말씀하셨다.

<두줄이네요. 양수예요>

두 줄..

두 줄은 항상 내게 긴장감을 안겨 주었다.. 왜 모든 양성반응은 두 줄로 만들었을까..

양수가 샜을 경우 감염의 위험이 있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바로 분만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입원복으로 갈아입고 분만실로 입성.. 늠나 무서운거ㅠ_ㅠ

항생제 검사를 한 뒤 항생제 투여와 함께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다.

주요 부위 제모를 하고, 관장을 했다.
묘한 기분..

그렇게 누워 진통이 오기를 기다렸다.

유도가 힘든 이유는, 서서히 오는 진통을 느끼는 게 아니라 촉진제 투여를 최대로 할 경우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는 관계 없이 진통지수도 최대치가 되어 아주 그냥 미쳐버린다. ㅠ_ㅠ 엉엉

머리에 비닐 뒤집어 쓰고 가운 입으니 다소곳한 예쁜 여성같다고 수줍어 해보랬더니 수줍어 해주는 솬같으니라고...

아무튼간 나는 촉진제를  투여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별 진통이 없어 이대로도 괜찮은 것인가?! 를 이야기 나누며 하하호호 말짱하게 버티고 있었다.

보통 유도하기 위해 입원을 하면 1박 2일 꼬박 약 투여하다가 유도 실패하고 긴급제왕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으미 진통은 진통대로 하고 수술하게 될까봐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출산 중에 가장 불쌍한 케이스가 바로 자연분만 하려고 기다렸는데 반응이 없어 유도로 억지로 진통오게 해서 10시간이 넘도록 진통하다가 결국 분만이 불가해 제왕으로 넘어가서 수술 후 회복도 더딘 경운데... 흑흑

자연분만이 힘든 이유가 진통이 아파선데, 제왕이 힘든 이유가 수술 후 회복이 더디기 때문인데,

진통에 회복 더딤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유도후 수술이다.. ㅋㅋ ㅠㅠ

내가 그럴 느낌이라.. 너무 무서웠다. 촉진제를 아무리 투여해도 3시간이 지나도록 별 반응이 없었고, 말똥말똥 아프기는 하는 거냐며 농담이나 따먹고  있었으니..

ㅋㅋㅋㅋ 사진 찍을 정신도 있었다. 얼굴이 땡땡 부어있다. 얼굴 터져나가는 줄 알았는데.
그 날은 금요일이었는데, 솬과 나는 고등래퍼3을 무지 열심히 보고 있었고, 오늘은 고등래퍼를 하는 날이니 봄아 그 전에 빨리 나와라 알겠냐 라며... 농담따먹기나 하고 있었다.

결국 촉진제는 최대치를 찍게 되었고, 슬슬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말로 표현 못한다.
그 아픔
ㅠ_ㅠ
아! 아퍼ㅠ_ㅠ
어떻게 해야 그 아픔을 표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악소리도 안나오게 아팠다. 숨도  쉬어지지 않고 침대를 부여 잡고 이불을 부여잡고 살려달라 소리도 못한채 이를 악물고 버텨야만 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그 진통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그 때 내진을 하자 드디어 3센치, 무통을 맞을 수 있는 정도로 자궁문이 열렸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를 보며 의사선생님은 무통을 놔줍시다!라고 말씀하셨고, 곧이어 마취과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내 척추에 바늘을 꽂으셨다.

배가 워낙 아프니...
바늘을 꼽는지 아닌지도 아무것도 모르고 제발 살려달라고만..흑흑..

근데..
말로만 들었던 그 무통천국
제가 체험했지 말입니다!

무통천국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와 그 아팠던 배의 통증이 이렇게 사라질 수 있는건가.

와 나 살아있구나ㅠㅠ 나 살 수 있구나 ㅠㅠ 새삼 이 시대의 발전에 감사하며 숨을 내쉬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엉엉 하면서

조금 살만하자 갑자기 계피사탕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갑자기 쿠팡 로켓배송으로 계피사탕을 뒤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솬은 계피사탕 사다주겠다며 나가서 계피사탕을 사왔다. ㅋㅋㅋㅋㅋ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기다. 그거 요즘 마트에도 잘 안 파는데 저걸 어디서 구해왔을까 싶으면서도 와 계피사탕 와 계피사탕 2시간이나 염원했던 그 계피사탕이다!! 하면서 한개 두개 까먹기 시작했다.

사진찍을 정신이 있을 정도로 괜찮아진 무통의 힘

계피사탕 먹고 있으니 간호사 쌤이 아 안돼요 드시지 마세요 입에있는게 마지막! 소리를 듣고 서럽게 아쉬워했지만.. 그와 동시에 2cm로 6시간동안 열리지 않았던 자궁문이 무통 이후로는 쑥쑥 열려 거의 2시간만에 전부 열렸다.

오후 1시에 입원해서 7시즈음까지 진통하다 7시 30분쯤에 무통을 맞고 10시쯤에 자궁문이 모두 열렸다.

두근두근.
힘주기 연습을 계속 하다가 오후 10시 15분, 드디어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똥마려운 느낌.
그게 바로 아이가 나오려는 느낌이라고.

본격적으로 분만준비를 시작했고, 나도 긴장한 상태로 아이를 낳을 준비를 했다.

와.
이 순간이 오기는 오는구나

내가 힘을 잘 못 주니, 내 배를 위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꾸우우우우우우우욱 누르는데, 진짜 와~~~~~~~~별보임. ㅠ_ㅠ 진짜 아프다 너무 아프다 걍 아프다 ㅠ_ㅠ

아무튼 그렇게 힘을 주고 있을 때, 회음부를 잘랐다. 싸아아아악 하고 내 살이 터지는 느낌 와! 항상 듣기만 해봤지 내가 잘리니까 정말 기분 묘하지만 사실 애기 나오느라 그런 아픔은 별로 와닿지도 않았다.

아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머리는 작은데... 확실히 애가 크다고. 묵직하다고, 그래서인지 회음부를 더 자르셨다. 정말 길게도 잘랐다.

묵직하게 아기가 나오는 순간,
아기를 내 몸 위로 올리는 순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봄이 태어났다.
사실 실감이 안났다. 너무 신기했다.

아이를 안아주라는데, 으아 혹시 나때문에 아플까봐 숨도 못쉬겠고 말도 못걸겠고 안아주는 것도 못하겠더라. 와, 내 뱃속에서 사람이 나오다니. 애가 나오다니. 믿기지 않아

2019년 3월 1일 오후 10시 35분, 그렇게 나의 뱃속에서 만 9개월을 살고 세상으로 봄이 나왔다.

아빠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탯줄을 끊고, 목욕을 하러 갔다.

그 사이 나는 <정말 고등래퍼 시작하기 전에 나왔네.. 기특한 것 흑흑> 하며 후처치를 하고 있었다.

나의 회음부를 열심히 꾀매며 하시는 말씀
<아이 클 것 같다고 어제 그랬는데 정말 크네요 더 기다렸으면 정말 거대한 아이가 나올뻔 했어요 태어날 때 엄청 묵직했는데 몇키로 이려나>

라는 말과 동시에 바깥에서는 솬이 부모님께 출산 소식을 알리고 있었고, 또 아이를 씻기러 데려가셨던 간호사님께서

"써프라이~~~~~즈 4kg래요 4kg"
라고 ㅋㅋㅋㅋㅋ 4키로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4키로라니요 3키로 초반이라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밖에서 4키로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내 회음부를 꾀매던 의사쌤은 <어쩐지 묵직하더라니.. 4키로래요 ㅋㅋㅋㅋㅋㅋ>라며 <머리가 작아서 다행이에요 힘들뻔 했는데, 그래도 회음부를 많이 찢어서 많이 힘들거예요>라고 ㅋㅋㅋㅋㅋ ㅠㅠ

태어나자 마자 씻고 나서 손가락, 발가락 10개 있는지 확인하러 온 봄
봄아,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이지 나는 이 순간 너를 봤을 때

강호동인줄 알았다....

봄은 다행스럽게도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건강하게 태어났고, 나도 4kg의 묵직한 봄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봄의 머리가 작은 탓에 순산할 수 있었다. 건강한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기분을 이제야 실감하고 느꼈다.

하룻저녁 지났을 뿐인데, 봄의 붓기가 빠져 꽁냥꽁냥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봄, 너도 그 좁은 공간 빠져나오느라 많이 힘들었지. 고생했어 봄. 정말 태어나느라 고생 많았어.

의사선생님 말씀대로 나의 회복력은 최악이었고, 회음부를 하도 절개한 탓에 제왕절개한 산모보다 더 더딘 회복력을 자랑해주었다.

덕분에 조리원에선 내내 침대에 누워있기만.. ㅋㅋㅋㅋㅋㅋ

이제와 보니 또 까마득한 출산의 고통

엄마가 되는 길은 험난하고 힘들고 아프지만, 또 보람차고 실감나고, 소중함을 아는 중요한 시간인 것 같다고
소중한 시간을 깨닫게 해줘서 감사하다.

어느새 56일째 자라고 있는 봄,
출산의 고통보다 더 힘든 시간들이 많았고 또 많을테지만 그냥 건강하고 무탈하게 행복하게 자라자

따뜻한 봄날 같은 삶을 살기를
따뜻한 봄과 같은 마음을 갖기를
따뜻한 봄같은 사람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봄같은 설레는 사람이 되기를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따뜻한 봄이 되길 항상 기도하고 응원할게

사랑한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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