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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주부이야기/팔랑팔랑 신혼이야기

헤헷 행복한 주말 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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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방이 아님>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결혼한지 1년도 안 지났는데, 수원의 주방은 너무 불편하다. 물론 수원에서는 요리를 한 적이 없기 땜시롱..

재료가 어디있는지 모르는 것도 그렇고, 내가 주로 쓰는 재료가 보통 없는 것도 그렇고, 엄마의 잔소리는 덤, 그래서 그냥 주방엔 잘 안 들어간다.

그렇게 지내는 와중에 애플파이 레시피를 발견.. 넘나 맛있어보이는거ㅠㅡㅠ 내 취향껏 시나몬을 미친듯이 넣어먹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내내 떠나질 않았다.

밤새 봄과 시름하고 아침 느즈막히 눈을 뜨면서 사과를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봄을 솬에게 맡기고 후다닥 슈퍼로!!

사과가 5개에 만원
ㅎㅎ...
예전같았음 절대 안샀을건데, 오늘은 진짜 애플파이 너무 해먹어보고 싶어서ㅠㅠ 우선 집어들고 봤다.

설탕 계피가루 레몬즙 버터를 넣고 사과를 다져 넣은 뒤 졸이기 시작

윤기가 흐를때까지 약불에 졸여준다!

빵은 솬이 열심히 다듬어줬다.
꼬다리를 잘라내고 밀대로 죽죽 밀어서 준비완료

빵의 한쪽에는 졸인 사과를 넣고 계란물로 빵을 쫑쫑 붙여준다.

포크로 꾹꾹 눌러 잘 붙여주고 또 모양도 내 주고

정봄 낑낑대니 바구니카시트에 넣고 발로 열심히 흔들기 흔들흔들 ㅋㅋㅋㅋ

고롷게 네개 완성!
고대로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90도에 5분동안 빵빵 궈줌

남편님이 브런치 느낌내라고 만들어준 데코위에 애플파이를 총총 ㅋㅋㅋㅋㅋㅋ

으앙 커피맛집에서 애플파이랑 먹으니 진심 꾸울맛
계피향을 좋아해 계피가루 미친듯이 넣고 만들었더니 더 꿀맛 하앜하앜
계피향 극혐하는 솬은 입을 꾹 다물었지만 그래도 맛있다고 해주는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 ㅋㅋㅋㅋㅋㅋ

속을 너무 많이 넣어도 별로다.

열심히 먹고 밖으로 나들이 총총!

본래는 집에서 하룻밤만 자고 다시 수원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친정의 이삿날이 갑자기 당겨지며 수요일까지 아무런 준비없이 집에 머무르게 됐다.

급하게 기저귀와 분유를 사러 가는 중이지만 마음만은 샤랄라 여행가는 기분
나들이 너무 좋아 진짜 넘나 행복한거

유모차를 끄는 솬의 뒷모습은 뎡말이지..
므쪄

다녀와선 고생한다고 미역국과 묵은지 오징어김밥을 솬이 손수 조물조물 만들어 주었다.

내일부터 솬 없이 애기랑 단둘이 있을 나를 걱정해 미역국도 한사발 끓여두는 자상 솬이라니.. 흐규규 밥걱정 없이 애기만 보라며 요리하는 남자라니
행복이 별거입니까..
(눈물)

아까 아울렛가서 사온 봄의 곰돌이 푸
ㅋㅋㅋㅋ아 진짜 너무 예뻐서 안 살수 없었다.

봄이 생각보다 커서 80을 샀는데,
이제 80도 거의 맞아가는 상태..
근데 머리는 작아서 모자는 너어무 크고
좋은 비율이다 봄 짜식!

애기 옷을 사고 시어머니께 자랑하는데,
갑자기 나보고 네 옷은 언제 사냐며
맘에 드는 거 있으면 고른 다음에 바로 연락 달라시던 어무님..
누구도 내 옷걱정 해준사람 아무도 없는데
고생했다고 이쁜거 입고 다니라고 애기보다 나를 챙겨주시는 어머님 보면서 괜시리 눈물이 왈칵했다.

한번도 쓴 소리 하신 적도 없고, 애기를 낳아도 애기 괜찮냐는 얘기보다 너 몸 괜찮냐고 물어봐주시는 어머님은 아닌 척 무관심한 척 하시면서도 항상 당신 아들보다 나를 더 챙겨주셨다.

임신했을 땐 임신했으니까 잘해주시나보다 했지만, 사실 그걸로도 감사했는데
아기 낳고 이제 붓기도 빠지고 팔랑거리며 돌아다니는 나에게 친정엄마도 안해주는 걱정 해주시면서 챙겨주시는 어머님 덕에 또 한번 그냥 너무너무 감사했다. 나는 정말 해드린 것도 없는데..

제가 솬 열심을 다해 보필할게요 어무니ㅜㅡㅠ
어머님은 이렇게 보살이신데 솬은 왜그렇게 불같아? 라고 말했던 어느 밤이 떠오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득 어제 산책을 하며 느낀건데,
비싸고 화려한 걸 먹지 않아도
좋고 멋진 옷을 입지 않아도
날 좋은 날 같이 바람 맞으며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천국일 수 있단거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함께 하면서 같이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는걸
비로소 느끼게 됐던 하루였다.

남이 뭐라든 나만 행복하면 세상이 천국이란 말
정말 그렇다.
그냥 하루하루 감사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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