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발을 참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생각하기에 저건 좀 심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좋아한다.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너는 지네도 아니고 사람이라 발이 두짝인데 하루에 한 번 신어도 죽을 때 까지 못 신을 만큼 신발을 사재끼면 어쩌냐는 정도의 신발홀릭이다. 홀릭보다는 광에 가까운거 같다. 신발광.. 빛광 아니다.
아무튼간, 로퍼를 살 일이 있었다.
드물게 내 눈에 너무 예쁜 로퍼가 있었고, 225사이즈와 230사이즈 두개가 딱 남아 있었다.
230을 장바구니에 넣어 놓은 뒤 살까말까 딱 10분 고민했을 뿐인데 고새 품절이 돼 버렸다.
그걸 보고 아연해진 나는 225를 급하게 샀다. 225마저 놓칠까봐.
역시나 내가 사니까 225마저도 품절이 되었다. 귀신같이 한 켤레씩 남아있었던 것이다.
택배가 도착했다.
역시나 기대한것 만큼, 아니 기대한 것 이상으로 예뻤다.
너무예뻐서 진짜 당장 신고 나가고 싶을만큼, 이걸 신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코트를 입고싶을 만큼 맘에 들었다.
그러나ㅡ
사이즈가 조금 크다는 말에 용기를 가지고 225를 산 것과는 다르게,
전족이 따로 없었다.
와 발에 피가 안 통하는거다.
그런데도 쉽사리 포기를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늘려서 신고 싶었다. 그냥 너무 맘에 들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사이즈를 더 비싸게 팔고 있더라도 사서 신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집에서 저 로퍼를 신고 로퍼를 늘리기 시작했다.
드라이기로 막 뎁히고 장난도 아니었다.
신고 멀리 나갈 자신은 없어서 근처 편의점이나 맥도날드에 커피사러 갈 때 슬리퍼 대신 신었다.
(저 사진은 맥날을 가는 사진이다. 신발 신으려고 바지도 갈아입었다. 고난의 연속이다.)
봄까지 늘려서 봄에 신으려고....
근데 요즘은 그마저도 안나가서 못 신고 있지만... -.,-
아무리 예뻐도 아무리 좋아도
내게 맞지 않으면 전족이 되어 버리는 예쁜 쓰레기.
정말 너무 예쁘고 내 맘에 쏙 들지만
내가 신는 순간 나의 발을 옥죄어 오는
내 몸을 망치는 쓰레기 이상의 쓰레기.
저 신발을 내 노력으로 어디까지 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까지 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또 이겨내야 한다.
그렇다고 한들 그 결과가 정말 좋을지 혹은 나쁠지 알 수도 없다.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든, 연인이든 친구든 무시할 수 없는 그 타이밍이라는 것이,
내가 230을 그 즉시 샀다면 이런 고생은 1도 안했을텐데,
또 이렇게 이 신발에 집착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를 심어주기도 했다.
선택은 나의 몫이니까
나에게 신발은 미친듯이 많다.
이 신발 대신에 대체할 신발도 정말 많다.
하지만 이 신발이 하나뿐이라는게 나는 정말 속상하다.
아직까지 속상해하고 있다.
그냥 바로 사버릴걸. 왜 그랬을까.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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