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주고 봄이 장난감을 많이 사지 않는 나로서 꼭 사고 싶었던 장난감이 두개 있었다. 하나는 이케아 원목 주방놀이었고, 하나는 타요버스다. 이사오기 전부터 이사를 가면 요 두개는 꼭 사줘야지 마음먹고 있었다.
그 전 집은 공간문제도 그렇지만 봄이가 너무 어려서 가지고 놀기에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사온 작년 12월, 봄인 21개월 무렵이었고 주방놀이도 타요도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주방놀이는 이케아에 가서 바로 구매해서 설치해뒀고, 타요는 공간은 충분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많이 망설였다.
그런데 얼마 전 솬의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이 벌교라서 다녀오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차를 타고 다녀왔으면 좋았을테지만,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은 꿈에도 못 꾸고 솬이 혼자 운전해서 왕복 장장 12시간 끝에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 잘 돌아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어머님께서 고생했다며 타요버스를 선물해주셨다. 으마으마한거..ㅠㅠ
어머님이 신세계 이마트 상품권으로 직접 돈을 주셨다. 최저가를 구매한 건 아니고, 상품권을 써야해서 신세계였는지 이마트였는지 둘 중 하나 인터넷몰에서 구입했다. 미끄럼틀과 그네 두개 합해서 30만원정도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집 조립담당은 나다. 솬은 조립고자기 때문에 봄이를 담당하고, 조립을 다 한 뒤에 스티커를 솬이 다 붙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조립보다 스티커 붙이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붙일게 너무 많아!! 혼자서 하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처음에 차체의 양쪽을 조립할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빠를 것 같다.
공구는 단 두개, 십자드라이버랑 동전만 있으면 된다. 이왕 있는거 동전은 오백원짜리 동전이면 더 편하다. 조립하기 정말 쉽게 만들어져서 그냥 뚝딱뚝딱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미끄럼틀이랑 그네를 따로 나눠놓고 조립을 시작하면 훨씬 편하다.
왜때문인지 사진을 찍지 않아서 중간 사진이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미끄럼틀 조립 먼저 하고 옆에 그네를 연결하면 된다. 다 쉬운데 그네 조립할 때 쇠 봉에 나사 박는게 조금 짜증난다. 버럭
우리집은 33평에 베란다를 확장한 확장형이다. 거실은 일반 33평 아파트보다 조금 넓게 빠졌다. 광각으로 찍어서 심하게 넓어보이기는 한데, 우려한 만큼 타요가 그렇게 엄청 많이 공간을 차지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우측에 있는 쇼파가 3인 리클라이너 쇼파인데 타요 머리부분부터 그네끝까지 크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저 길이만 봐서는 안 되고, 미끄럼틀 놓이는 부분, 계단 올라가는 부분까지 체크를 해야 한다. 막상 길이 자체는 그렇게 길지 않은데, 앞뒤로 넓게 차지해서 은근히 공간을 먹는다.
그네는 높이가 총 3개로 나뉘어 있다. 아이가 클 때마다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나는 그네 봉 조립할 때 엄청 짜증나서 두 번 조립 안 하려고 두 번째 칸에 설치했다.
가장 낮은 칸에 하기엔 봄이가 키가 자라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가장 높은 칸에 하기엔 너무 높지 않을까 해서 두번째 칸에 했는데, 결론적으로 두 번째 칸도 봄이에겐 높았다. (당시 분명하지는 않지만 키가 86cm정도 됐던 것 같아용)
처음 그네를 타다 보니 어떻게 타야할지 고민도 하고, 발은 안 닿고 그래서 그네를 잘 안 탔는데, 앞에 안전바 빼주고 걍 뒀더니 이후로는 알아서 매달리고 그네도 타고 혼자서 잘 놀고 있다. 미끄럼틀도 잘 타지만 그네를 더 열심히 탄다.
정면으로 찍어놓은 사진이 없는데, 요 사진을 보면 그네 안전바가 없다.
봄이가 혼자 탈 수가 없어서 안전바를 뺐다. 처음엔 미끄러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걸 더 재미있어 한다. 그냥 잘 올라타고 양손 잡고 잘 흔들어대서 뺀 게 더 좋은 것 같다.
자기 애착인형 태워주기도 하고 코끼리 태워주기도 하고, 엄마 아빠보고 타라고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타요 안에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자기 방처럼 들어가서 이것저것 하고 논다. 특히 엄마가 만지지 말라고 한거 몰래 가져와서 만지작댈때 저기 들어가서 만짐..^^;
다람쥐가 도토리 모아놓듯 저기에 모셔놓고 만지다가 내가 자기 찾으면 화들짝 놀라서 저리가라고 소리지름..
초록색 핸들은 단순히 핸들이 아니라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온다. 핸들이 돌아가기도 한다. 자기가 운전하겠다면서 앉아서 핸들을 돌리고 빵빵거리고 재미있게 잘 논다.
처음엔 안에 공 깔아줬는데, 청소기 돌릴 때마다 빡세서 솬이 다 빼부렀다.
빨간 불은 노래 버튼 누르면 막 반짝거림..ㅋㅋㅋ 아빠 쇼파에서 일 하고 나 주방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자기도 타요 들어가서 잘타요~ 잘타요~ 노래부르면서 놀고 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긴 하지만 확실히 활용도가 높아서 너무너무 만족중이다. 개인적으로 타요 색깔도 좋아해서 인테리어를 막 해친다는 생각도 안 들고.. 오히려 집이 따뜻해 보여서 기부니 좋음..하하하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봄이 자꾸 타요 스티커를 다 뗀다. ㅠㅠ 타요 아프다고 그만 떼라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어느새 눈썹이 사라지고 헤드라이트가 사라지고.. 그렇게 다 사라지고 있음 ㅠㅠ
미끄럼틀은 충분히 높다. 아빠랑 엄마가 타도 재미있다. 너무 어린 아기들에게는 위험할 것 같다. 정봄은 떨어져도 좋다고 낄낄대서 괜찮지만,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애기나 걸음마가 서툰 아기들에게는 조금 높고 험하지 않나 생각한다.
정봄은 뒤로도 타고 엎어져서도 타고 누워서도 타고 아무튼 다 탐.
코로나로 집에서 힘든 분들에게 강추강추합니당!